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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Poem)

실춘보 (失春譜) - 조세림

실춘보 (失春譜) - 조세림

 

 

불미꼴 골안에 뻐꾸기 애끓게 울어

앞개울 버들개지 무료한 하루해도 깊었다.

 

허기진 어린애들 양지쪽에 누워 하늘만 거니

휘늘어진 버들개지 물오름도 부질 없어라.

 

땅에 붙은 보리싹 자라기도 전 단지밑 긁는 살림살이

풀뿌리 나무껍질을 젖줄 삼아 부황난 얼굴들이여

 

옆집 복순이는 7백냥에 몸을 팔아 분넘친 자동차를 타더니

아랫마을 장손네는 머나먼 북쪽길 서글픈 쪽박을 차고

 

어제는 수동할머니 굶어 죽은 송장이 사람을 울리더니

오늘은 마름집 곳간에 도적이 들었다는 소문이 돈다.

 

 


 

조세림 : 조지훈의 맏형. 스무살에 시작(詩作). 스물 한 살에 타계.

그의 벗 오일도가 1주기를 맞아 "세림시집"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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